앞선 1편에서는 기술 발전으로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직업 다섯 가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은행 창구 직원, 콜센터 상담원, 마트 계산원, 운전기사, 공장 단순노동자처럼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시스템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에 이어 또 다른 5가지 직업을 소개하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주차 요원
예전에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 병원에 가면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 요원이 차량을 유도하고, 빈 자리를 안내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주차장이 자동 주차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입구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차량 번호를 인식하고, 입출차 시간을 자동으로 기록하며, 요금 정산까지 무인 시스템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스마트 주차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서울 주차정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빈 주차 공간을 안내받을 수 있고, AI 기반 주차 관제 시스템이 차량 흐름을 분석하여 효율적으로 공간을 배정해 줍니다. 대형 병원이나 쇼핑몰에서는 무인 정산 키오스크가 일반화되어, 별도로 요원이 필요하지 않은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에서는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을 개발하여,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리면 차량 스스로 주차를 완료하고 필요할 때 다시 호출할 수 있는 기능까지 시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보편화되면 사람이 직접 차량을 안내하거나 정산하는 역할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2. 여행사 직원
과거에는 해외여행을 준비하려면 여행사를 방문해 항공권 예약, 호텔 예약, 현지 관광 일정까지 전부 상담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직접 여행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항공권은 스카이스캐너나 네이버 항공권에서, 숙박은 야놀자, 에어비앤비, 아고다 등에서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여행 일정을 참고할 수 있어 여행사 직원의 도움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프라인 여행사는 코로나19 이후 큰 타격을 입었고, 그 후에도 회복 속도가 더딥니다. 여행사 등록 업체 수는 과거에 비해 30% 이상 줄었으며, 반면 온라인 기반 여행 플랫폼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를 이용한 맞춤 여행 일정 추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원하는 여행 스타일이나 일정, 예산 등을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여행 코스를 설계해주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단순 예약 업무는 자동화되고,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고급 맞춤 여행 컨설팅만이 차별화된 서비스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신문·잡지 배달원
예전에는 아침마다 현관 앞에 신문이 놓여 있는 풍경이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정보만 골라 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종이 신문이나 잡지를 직접 배달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언론사들도 온라인 유료 구독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종이 신문 발행 부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신문 배달 인력은 10년 전보다 절반 이상 감소하였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종이신문을 접할 기회조차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뉴스를 자동으로 요약하고 음성으로 읽어주는 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포털사이트에서는 AI가 주요 뉴스를 요약해 제공하고 있으며, AI 스피커를 통해 뉴스 브리핑을 듣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이처럼 뉴스 소비 방식의 디지털화는 신문 배달원의 필요성을 더욱 줄이고 있습니다.
4. 간단한 법률 서류 작성 대행
과거에는 간단한 임대차 계약서나 진술서 같은 문서를 작성할 때도 법률 사무소를 찾거나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 법률 문서 생성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서비스의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로폼(LOFORM)’은 사용자가 질문에 답하기만 하면 계약서, 합의서, 진술서 등을 AI가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이처럼 기초적인 법률 문서 업무는 기술을 통해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과거보다 전문가의 개입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카카오페이, 네이버 인증서 등 전자 서명 서비스도 확대되면서, 문서 작성부터 서명, 제출까지 온라인으로 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법률 사무소나 법무사의 단순 업무를 줄이고, 전문가들은 보다 고차원적인 법률 자문이나 소송 전략에 집중하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5. 도서관 사서
도서관에서는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과정을 돕는 분들을 ‘사서’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에 무인 대출·반납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도서 검색 키오스크에서 원하는 책을 찾고, 자동화 기계에 도서관 카드를 찍으면 손쉽게 대출이 가능하며, 반납도 간단하게 기계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도서관, 경기도 교육도서관 등 많은 곳에서 이러한 시스템이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도서관에서는 책을 자동으로 정리하는 로봇까지 도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AI가 독서 이력을 분석해 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어, 사서가 직접 책을 추천하는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도서관 사서의 업무는 줄어들지만, 대신 독서 교육, 정보 검색 지도, 자료 큐레이션 등 새로운 방식의 업무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서는 이제 단순한 책 관리자가 아니라, 정보를 가르치고 안내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직업의 ‘소멸’이 아니라, ‘진화’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는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사람은 여전히 기술이 할 수 없는 공감, 판단, 창의성, 감성이라는 고유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오히려 미래 사회에서 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려워하기보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가지는 것입니다. 직업은 사라질 수 있지만, 사람의 가치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기술과 함께 일하고, 기술을 도구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면, 어떤 변화 앞에서도 자신의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직업 세계는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이 함께 일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