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한 자동응답이나 번역 서비스에 머물렀던 인공지능은 이제 의료 진단, 법률 자문, 금융 투자, 예술 창작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늘어나는데,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또 하나,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윤리적인 판단은 누구의 몫일까요?”
오늘은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윤리가 왜 더 중요해지는지, 그리고 기술이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인공지능은 ‘정답’을 잘 찾아주지만, ‘옳은 선택’을 하지는 못합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내는 데 강점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의 증상과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가능성 높은 질병을 추정할 수 있고, 물류 분야에서는 가장 빠른 배송 경로를 계산해줍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내린 결정을 그냥 그대로 믿고 따라도 될까요?
여기서 윤리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인공지능이 내리는 결정은 ‘통계적으로 맞는 선택’일 수는 있어도, ‘도덕적으로 옳은 선택’이라고 말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한 인공지능이 응급 상황에서 수술 순서를 정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어린 사람보다 노인의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노인을 후순위로 밀어낸다면, 과연 이 결정은 옳은 걸까요? 이 결정은 ‘효율’과 ‘통계’에는 맞지만,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평등한 가치라는 윤리적 기준에는 어긋납니다.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습니다. 죄책감도, 배려도, 공감도 없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가장 빠른 길’,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은 알려줄 수 있어도, ‘누군가를 먼저 도와야 하는 이유’, ‘지금은 멈춰야 할 때’는 알려주지 못합니다.
기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 윤리는 언제나 ‘사람의 질문’입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바로 도덕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윤리는 단순히 ‘규칙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고, 공동체 전체를 생각하며, 장기적인 영향을 고민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친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인공지능은 “규칙을 어겼으니 처벌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고민할 것입니다. “이 아이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면 이 친구는 달라질 수 있을까?” 이처럼 윤리적 판단은 상황의 맥락과 사람의 내면, 감정, 동기 등을 고려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인공지능은 편견 없는 결정을 내린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이미 사람의 편견이 담겨 있다면, 그 결정 역시 편향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흑인에게 불리한 신용점수를 내거나, 여성보다 남성을 더 유리하게 판단한 인공지능 사례들이 뉴스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기술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사람다움’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빠르고 정확하며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다움의 가치가 더 빛나고 있습니다.
- 공감 – 아픈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많이 힘들었죠?”라고 말해주는 것은 인공지능은 절대 흉내 낼 수 없습니다.
- 창의성 – 인공지능은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는 있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발상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 예술, 철학, 상상력은 인간의 고유 영역입니다.
- 양심과 책임 – 실수했을 때 사과할 줄 알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 역시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능력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오히려 감정노동, 인간관계, 창의적 기획, 윤리적 판단, 사회적 배려 같은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즉, 인공지능은 많은 직업을 바꾸고 있지만, 동시에 ‘사람다움이 필요한 직업’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는 셈입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 윤리는 기술을 설계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분야까지 진출할 것입니다.
- 교사가 아닌 ‘인공지능 튜터’
- 의사가 아닌 ‘인공지능 진단봇’
- 기자가 아닌 ‘인공지능 뉴스 편집기’
- 판사가 아닌 ‘인공지능 판결 시스템’
이런 세상이 오면, 더욱 중요한 질문은 “누가 인공지능을 만들었는가?”, “그 인공지능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술은 ‘무엇이 가능한가’에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무엇이 바람직한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기준, 바로 그것이 윤리입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는 인공지능 윤리 기준 마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한국에서도 ‘인공지능 윤리기준’이 공공기관과 기업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준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강조합니다.
- 투명성: 인공지능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공정성: 차별이나 편향 없이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다뤄야 합니다
- 책임성: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사람이 져야 합니다
- 인간 중심성: 모든 인공지능은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즉,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역할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 반대입니다.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대신할수록, 인간다움은 더욱 귀해지고 중심이 됩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고, 효율을 계산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고통을 이해하고, 옳고 그름을 고민하고, 책임을 집니다. 그래서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윤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기술력’과 함께 ‘윤리적 판단력’을 갖춘 전문가를 필요로 합니다.